Statement
(Korean/English)

스타카토의 기록

튀듯이 탁 찍고 흘러가버린 그 순간을 오래도록 붙잡아두고 싶지만 그 어떤 형태의 기록도 시절의 미묘한 감정과 오감까지 불러오지는 못한다.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은 늘어만 가는데, 잊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상대는 잊고 나만 기억하는 순간들은 심지어 억울하기까지 하다. 나마저 잊는다면 영영 사라져버릴 순간들을 위해, 나만큼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억해주고 싶은 마음이 곧잘 든다. 지금 이 순간을 미래의 나에게 선물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일기를 쓰고 사소한 것을 기록한다. 어쩌면 나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 기록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 그 기억, 그 순간을 잊으면 결국 내게 무엇이 남을까 하는 의심에 대한 약간의 변명 혹은 합리화일지도 모른다. 

 

 

낡은 곰 인형의 손을 잡으면 펼쳐지는 나의 안전지대 

“세대를 거치면서 아이들이 빈커(상상속의 친구)와 결별하는 시기가 서서히 연기되면서 종교로 진화한 것은 아닐까?”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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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굳건히 지켜온 나의 애착 인형은 뽀삐라는 이름의 곰 인형이다. 밤색 코는 벗겨져 홍당무색이 되었고 만지작거리던 손은 털이 다 빠져 닳아 있다. 어린 시절 뽀삐는 나와 함께 레고 나무와 초콜릿 늪지대를 탐험하는 용감한 친구였으나 나이가 들며 점점 내게 말을 건네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비과학적이고 말도 안 되는 세상을 함께 날아다니지는 않아도 뽀삐는 존재만으로도 내게 큰 위안이다. 그 시간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 심해 속으로 자꾸만 내려가는 것 같은 현실 속에서 내가 지녀야 할 산소통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깊은 바다에서 갑자기 숨 쉬는 법을 잊은 것 같은 순간들, 어디로 가야할지 잊어버린 공허의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뽀삐의 손을 잡았고, 그러면 머릿속이 다시 깨끗한 산소로 채워지는 듯 했다. 나를 수없이 살리고 일으켰다면, 낡아빠진 솜 인형이라고 해서 어째서 신이 될 수 없는가? 나의 신은 내가 정하기 나름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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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날씨, 내일의 신

인간은 자꾸만 한 치 앞날을 알고 싶어 한다. 돌잔치에서 아기가 집는 것이 아기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 믿고, 현관에 걸어둔 해바라기 그림이 재물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교회에 다니며 결혼할 상대와 궁합을 맞춰보고, 사주팔자를 맹신하며 힘든 일에 주님을 외친다. 무엇을 믿는가보다 믿는다는 행위 자체가 행위자의 진로와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무신론자라고 할지라도 모든 인간은 결국 저마다 자신만의 신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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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신앙일까? 만들어진 신, 복비 

나는 <복비교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욕망의 역할과 그것이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만든 가상의 종교 “복비교”는 나의 애착 인형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신이며, 인간에게 내재된 무한한 욕망과 그로 인한 결핍을 상징한다. 빠른 시간 안에 무엇이든 제작할 수 있는 AI가 등장한 현대 사회에서, AI가 만든 종교를 인간이 전통적인 방식의 회화로 제작하는 방식은 구태여 공간에 찾아가고, 여러 차례 절을 하고 모아놓은 재물을 바치는 행위와도 닮아있지 않을까? 종교의 본질은 기복이 아니지만 결국은 기복에 가까워지는 형태라는 점에 착안하여, 어떤 신을 어떻게 믿느냐보다는 자신의 복과 안위가 허락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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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ccato Records

I want to hold on to those moments that flit and flow away as if striking a sharp, short note. But no form of recording can ever fully recall the subtle emotions and senses of those times. The things I don’t want to forget keep piling up, yet I have no idea how to remember them all. Sometimes, moments when I alone remember, while the other forgets, feel unjust. For those moments that would vanish forever if even I forget, I often feel the desire to remember them until the very end. To gift this moment to my future self, I habitually write in my diary and record trivial things. Perhaps I write to prove my own existence continually. Maybe it’s a bit of an excuse or a justification for my doubts about what would remain of me if I forgot those times, those memories, and those mo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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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afe Haven Unfolds When I Hold the Hand of an Old Teddy Bear

“Could it be that as children’s separation from their imaginary friends gets delayed over generations, it evolves into religion?” – The God Delusion, Richard Dawkins
Since childhood, my cherished stuffed animal has been a teddy bear named Bbobbi. Its brown nose has worn down to a ruddy carrot color, and the fur on the paw I used to fiddle with has completely worn off. As a child, Bbobbi was a brave companion, exploring Lego trees and chocolate swamps with me, but as I grew older, he stopped speaking to me. Even though we no longer flew through an illogical, fantastical world together, Bbobbi’s mere presence still provides me with great comfort. It’s a proof that those times were not a lie, and like an oxygen tank I need to carry in a reality that constantly drags me deeper into the abyss. In moments when I felt like I’d suddenly forgotten how to breathe deep under the sea, or in those empty moments when I lost direction, I held Bbobbi’s hand, and it felt like my mind was filled with fresh oxygen again. If he has saved me countless times, why can’t a ragged stuffed toy become a god? After all, I get to choose who or what my god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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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orrow's Weather, Tomorrow's God

Humans constantly want to know what the future holds. They believe that what a baby picks at its first birthday party will determine its future and that a sunflower picture hanging by the door will bring wealth. They go to church to see if their prospective marriage partner is a good match and fervently believe in fortune-telling while calling out to the Lord in difficult times. More than what one believes in, the act of believing itself greatly influences one’s path and actions. In the end, even atheists have their own gods, their own personal belie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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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This Faith? The Fabricated God, Bokbi

Through the Bokbi Project, I aim to re-examine the role of desire in modern society and its impact on human life. The imaginary religion "Bokbism," created using artificial intelligence, is based on my cherished stuffed toy and symbolizes infinite human desires and the resulting sense of lack. In a contemporary society where AI can create anything in a short amount of time, is the process of creating a religion made by AI, and depicted through traditional methods, not akin to visiting a physical place, bowing multiple times, and offering gathered wealth? Although the essence of religion is not wish-fulfillment, it inevitably tends toward that form. Thus, I wanted to emphasize that it doesn't matter what or how one believes as long as it permits one's own fortune and well-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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